김이삭 <감찰무녀전 : 조선의 여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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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rin 등록일25-05-24 00:21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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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여탐정들 않은데 무겁다.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오싹하다. 분명 일상 시리즈인데 코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하드보일드의 색채가 느껴진다. 특유의 맛을 지닌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若竹七海’를 좋아하는 이유다.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기에는 외골수 탐정소설의 색채가 짙다. 저자의 대표적 캐릭터 ‘하무라 아키라’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탐정으로서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꿋꿋하게 진실을 쫓고 여탐정들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데뷔작의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 또한 직장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평범한 여성 같지만 알고 보면 범상치는 않은 인물이다. 첫 번째 작품 ;은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나”로 시작되니 당연히 주인공인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다 보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제목부터가 남성형인 여탐정들 “보쿠ぼく(僕)”인 것을... 그런데 이 제목이야말로 주제가 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속편의 “나”도 복합적으로 해석되는데, 원제는 “마음속의 차가운 무언가”로, 가벼운 일상 시리즈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 내부 깊숙이 자리 잡은 악의,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충동, 사이코패스의 비뚤어진 의식 또는 소시오패스의 냉혹한 감정이 바로 “차가움”의 정체다.와카타케 나나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탐정들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코네행 열차에 훌쩍 올라 고독을 음미하던 중 한 여성과 알게 되고 흘러가는 대로 짧은 하루의 여정을 함께 한다. 화려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그녀’와의 만남은 그뿐이라 생각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밤 전화가 걸려온다. 엉겁결에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자는 초대에 응했으나 집주소를 몰라 며칠 후 전화를 걸어보니 여탐정들 그녀가 자살을 기도해 의식불명 상태라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날, 그녀가 보낸 ‘수기’가 와카타케의 우편함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너무나도 섬뜩한 것이었다. 만약 이 수기가 사실이라면 마음속에 차가움을 간직한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밝혀주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와카타케 나나미는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탐문을 여탐정들 시작하는데, 조사를 거듭할수록 수기가 사실과는 조금씩 엇나가 있음을 깨닫는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걸까. 전화로 언급한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의 의미는 뭘까. 과연 자살일까, 타살일까. 더 이상의 참상을 막을 수는 있는 걸까.“나”라는 주어를 활용해 트릭과 반전을 적절히 배치해 놓은 솜씨에 우선 놀라고, 인간의 민낯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여탐정들 친구이고 어디까지가 지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관계성에 대해서도 고찰의 여지를 남긴다. 흔히 여자들의 우정이란 어쩌구... 이성간의 우정이란 어쩌구... 설왕설래하는 이론들이 있다. 인간의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므로 경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게 마련이지만,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건 너무 삭막한 삶일 것이다. 그러나 친구나 여탐정들 가족이 곁에 있다고 해도 도움이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건 전혀 모르는 타인일 수도 있다. 너무 힘을 주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도 모르는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비겁하게 숨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잠깐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